
헌혈을 하러 갔다가 철분 수치가 낮다는 이유로 그냥 돌아온 날, 저는 생각보다 꽤 허탈했습니다. 별다른 증상도 없었는데 몸 안에 뭔가 부족한 게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거든요. 그날 가게에 돌아와서 철분이 많은 음식을 찾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부추였습니다. 늘 전에 넣거나 순대국에 곁들여 먹던, 그 흔한 부추가 이렇게까지 영양이 풍부한 채소인지는 그때까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철분 보충 그 이상, 부추 안에 담긴 황화 알릴의 힘
부추에는 철분과 칼슘, 비타민 C, 비타민 E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철분만 들어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부추의 독특한 향을 만들어내는 성분인 황화 알릴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흡수 효율이 높아집니다. 황화 알릴이란 마늘, 양파, 부추 등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황 화합물로, 쉽게 말해 몸 전체의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피로를 빠르게 회복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성분입니다. 옛날 만리장성이나 피라미드를 지을 때 노동자들에게 먹였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니, 그 효과는 꽤 오래전부터 경험으로 증명된 셈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황화 알릴은 수용성 성분이라, 물에 잘 녹는다는 점입니다. 수용성이란 물에 녹는 성질을 말하는데, 이 때문에 부추를 손질할 때 물에 너무 오래 담가두거나 여러 번 헹구면 이 핵심 성분이 그대로 흘러내려 갑니다. 예전에 저는 채소를 깨끗이 씻는 게 당연히 좋은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부추만큼은 가볍게 한두 번 씻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걸 알고 나서 손질 방법을 바꿨습니다. 옛 속담에 "부추를 씻은 첫물조차 남편에게 준다"는 말이 있는 것도 이 맥락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부추를 간 기능을 돕는 채소로 분류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간이란 단순히 해부학적 장기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외부로 에너지를 분출하는 기능, 특히 비뇨생식기 계통의 활력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이러한 강한 양기 때문에 불교에서는 수행자의 정진을 방해한다 하여 부추를 오신채(五辛菜)에 포함시켜 금지했을 정도입니다. 오신채란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 이렇게 다섯 가지 자극적인 채소를 말합니다.
또한 부추에는 베타카로틴이 상당히 풍부합니다. 베타카로틴이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 항산화 성분으로, 활성 산소를 제거하여 세포 노화를 늦추는 역할을 합니다. 국가표준식품성분표에 따르면 부추의 베타카로틴 함량은 일반 호박보다 약 19배, 배추보다 약 83배 이상 높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국가표준식품성분표).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저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흔한 채소 정도로 생각했는데, 항산화 성능 면에서는 꽤 강력한 식품이었던 겁니다.
부추의 대표적인 효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황화 알릴 성분이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피로 회복을 돕습니다.
- 베타카로틴이 활성 산소를 제거해 노화를 늦춥니다.
- 철분, 칼슘, 비타민 C·E가 함께 들어 있어 간 건강과 면역력을 지원합니다.
- 따뜻한 성질로 위장이 냉한 사람의 소화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어혈을 풀고 혈행을 개선해 어깨 결림, 허리 통증 완화에도 활용됩니다.
혈액 순환 개선을 위해 부추를 어떻게 먹을까
저는 어릴 때부터 부추를 꽤 자주 먹었습니다. 어머니가 부추무침을 자주 해주셨고, 부침개로 구워먹는 날도 많았습니다. 커서는 순대국이나 추어탕에 넣어 먹는 게 익숙해졌고요. 그런데 제 경험상 부추는 생으로 그냥 먹기에는 향이 강하고 질감이 거칠어서 단독으로는 조금 부담스러운 편입니다. 다른 재료와 함께할 때 훨씬 먹기 편하고 효과도 잘 느껴진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어느 날 가게 손님 한 분이 밭에서 부추를 잔뜩 가져오셔서 저에게도 한 단 나눠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부추를 이렇게 넉넉하게 받아보니, 부추가 구하기 어렵거나 값비싼 식재료가 아니라는 게 다시금 실감됐습니다. 텃밭이 있는 분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너무 잘 자라서 나눔을 해야 할 정도라고 하더군요.
부추즙으로 만들어 먹거나 현미와 함께 죽으로 끓이면 위장이 약한 분들에게 특히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부추를 식이섬유와 기능성 성분이 풍부한 채소로 분류하며 꾸준한 섭취를 권장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가 생각해보니, 부추를 말려서 분말로 만들어 꾸준히 먹는 방법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아직 방앗간에 부추를 말려 갈러 오는 분을 본 적은 없지만, 요즘 워낙 건강 보조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대인 만큼 이런 형태로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추의 한자 이름은 구채(韭菜)인데,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발음이 변해 '부추'가 되었습니다. 약용으로는 씨앗인 구자(韭子)를 처방에 활용하는데, 구자란 부추의 씨앗을 한의학에서 부르는 명칭으로 양기 부족이나 간 해독, 혈행 개선 목적으로 쓰입니다. 식물 하나에서 잎은 식용으로, 씨앗은 약용으로 구분해 사용하는 방식이 꽤 체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헌혈을 하러 갔다가 철분 부족으로 돌아온 날 시작된 이 관심이, 이렇게 부추라는 채소를 새롭게 보게 만들어줄 줄은 몰랐습니다. 앞으로는 부추를 단순히 부침개 재료가 아니라 혈액 건강을 위한 식재료로 꾸준히 챙겨 먹어볼 생각입니다. 국에 넣어도 되고, 무침으로 먹어도 되고, 즙으로 만들어도 되니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격 부담 없이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부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봅니다. 다음 헌혈 일정에는 꼭 통과할 수 있길 기대하며, 오늘도 부추 한 단 챙겨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또는 영양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에 관한 사항은 전문 의료인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