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어린 시절 고구마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밥 대신 고구마를 먹어야 했던 기억이 썩 유쾌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다시 고구마를 들여다보니, 그
시절 제가 몰랐던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구황작물로 알고 먹었던 고구마가 실은 항암, 다이어트, 장 건강까지 아우르는 기능성 식품이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고구마의 항암효과, 과장일까 사실일까
고구마 하면 그냥 달달한 간식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 생각이 꽤 바뀌었습니다. 고구마에는 베타카로틴(Beta-carotene)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베타카로틴이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 지용성 항산화 색소로, 세포 손상을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몸속 세포가 나쁜 물질에 공격당하는 것을 막아주는 방패 같은 성분입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고구마, 당근, 호박 등 적황색 채소를 매일 섭취하는 사람이 폐암 발생률을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암연구소). 제가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채소 하나가 폐암 발생률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게 쉽게 믿기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대한암예방학회에서도 하루에 고구마 반 개를 꾸준히 먹으면 대장암과 폐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권장하고 있으니, 단순한 과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고구마 속 식이섬유는 대장암 세포를 최대 70%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카로티노이드(Carotenoid)라는 성분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카로티노이드란 동식물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천연 색소 화합물로, 세포 손상을 억제하고 세포 재생을 돕는 기능을 합니다. 고구마의 주황빛이 바로 이 카로티노이드 덕분입니다.
다이어트 식품으로서의 고구마, 제가 직접 겪어보니

고구마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혈당 지수가 낮아 체내 흡수가 느리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이 오래 유지된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하는 편입니다. 실제로 고구마 한두 개만 먹어도 꽤 오래 배가 든든한 경험을 해봤기 때문입니다.
다만 고구마를 많이 먹으면 살이 빠진다고 무조건 믿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부분은 좀 다르게 봅니다. 고구마는 열량이 생각보다 낮지 않습니다. 과도하게 먹으면 오히려 체중이 늘 수 있고, 특히 저녁에 많이 먹을 경우 당 축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 목적이라면 적당한 양, 가급적 낮 시간대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
고구마를 먹을 때 주목할 성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얄라핀(Jalapin)입니다. 얄라핀이란 고구마를 자를 때 나오는 하얀 진액 속에 들어 있는 성분으로, 장 운동을 촉진하고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성분은 껍질 부근에 특히 많이 집중되어 있어 껍질째 먹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요즘은 에어프라이어나 오븐으로 껍질째 구워 먹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직접 해봤는데 맛도 훨씬 고소하고 영양 손실도 적어서 강력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고구마를 고를 때 확인하면 좋은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껍질이 매끄럽고 흠집이 없는 것을 선택한다
- 속이 주황색에 가까울수록 베타카로틴 함량이 높다
- 자색 고구마는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아 항산화 목적이라면 더 적합하다
- 껍질째 먹을 계획이라면 세척이 쉬운 품종을 고른다
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 생각보다 깊은 이야기
어릴 때 저희 집에서는 삶은 고구마를 물김치와 함께 먹는 게 거의 공식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습관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꽤 과학적인 조합이었습니다. 고구마의 칼륨 성분이 김치의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하도록 돕고, 김치의 유산균은 장내 환경을 개선하니까요. 막 삶은 고구마와 물김치의 조합은 맛도 맛이지만 장 건강 면에서도 꽤 훌륭한 선택이었던 셈입니다.
고구마에는 식이섬유 중에서도 아마이드(Amide) 계열의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아마이드 식이섬유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 역할을 하는 성분으로, 유익균을 늘리고 유해균을 억제해 장내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단순히 변비를 해소하는 수준이 아니라, 장 자체의 생태계를 개선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습니다.
자색 고구마를 따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속까지 보라색인 자색 고구마에는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 블루베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들어 있습니다. 안토시아닌이란 식물의 보라색, 파란색, 붉은색을 만들어내는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항산화 성분으로, 세포 노화를 억제하고 피부 탄력 유지에 도움을 줍니다. 저는 일반 고구마보다 자색 고구마가 더 맛있다고 느끼는 편이지만, 항산화 효과를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자색 고구마가 더 유리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고구마를 많이 먹으면 가스가 많이 생긴다는 것, 솔직히 다들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이걸 줄이는 데는 김치나 식혜, 또는 물김치와 함께 먹는 방법이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고구마만 단독으로 먹는 것보다 발효 식품을 곁들이면 장내 발효 과정이 훨씬 매끄럽게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고구마, 뿌리부터 줄기까지 버릴 것이 없는 이유
부모님을 따라 고구마 밭에 나가 수확을 거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흙 속에서 줄줄이 나오는 고구마를 보면서 "이게 다 먹을 수 있는 거야?" 했던 기억이 있는데, 실제로 고구마는 뿌리뿐 아니라 줄기까지 거의 모든 부분을 활용할 수 있는 작물입니다. 고구마 줄기는 나물로 무쳐 먹거나 말려서 묵나물로도 활용하고, 된장과 볶아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습니다.
고구마는 칼슘과 칼륨을 동시에 함유하고 있어 뼈 건강에도 관여합니다. 미국 임상 영양학회 연구에 따르면 칼륨 섭취량이 높을수록 골밀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출처: 미국 임상 영양학회(AJCN)). 칼슘이 뼈를 구성하는 재료라면, 칼륨은 칼슘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역할을 합니다. 둘의 조합이 뼈 건강에 시너지를 낸다는 점에서 나이가 들수록 고구마를 챙겨 먹을 이유가 하나 더 생기는 셈입니다.
판토텐산(Pantothenic acid)도 놓치기 아까운 성분입니다. 판토텐산이란 비타민 B5의 일종으로, 부신에서 스트레스 대응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합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현대인처럼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된 상황에서 판토텐산이 꾸준히 공급되면 스트레스로 인한 혈압 상승을 어느 정도 완충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신장 기능이 저하된 분들은 칼륨 과잉 섭취에 주의해야 하고, 옥살산 성분 때문에 과도하게 먹으면 요로결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먹는 음식도 결국 적정량이 핵심입니다.
예전에는 계절 따라 먹었던 고구마를 이제는 사계절 마음대로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에어프라이어 구이, 고구마 라테, 고구마 전, 고구마 줄기 볶음까지. 저는 삶은 고구마를 그대로 으깨 우유와 섞어 라테처럼 마시는 방식을 즐기는데, 달달하면서도 속이 편안해서 아침 식사 대용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어릴 때 배고픔을 달래던 작물이 이제는 일상 속 작은 건강 루틴이 된 셈입니다. 오늘 마트에서 고구마 한 봉지 집어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껍질째, 그리고 가능하면 물김치 한 조각과 함께 드시면 더 좋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특정 질환이 있는 분들은 섭취 전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