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둥굴레차가 그냥 구수한 곡물차인 줄 알았습니다. 저도 방앗간을 운영하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손님들이 둥굴레를 찾는 이유가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뒤로, 이 차를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둥굴레는 한의학에서 오래전부터 써온 약재이고, 누구에게나 맞는 건 아닙니다.
방앗간에서 둥굴레를 만나기까지
제가 방앗간을 운영하면서 취급하는 차 재료는 보리, 옥수수, 둥굴레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보리와 옥수수는 가격이 부담 없어서 많이 나가는 편인데, 둥굴레는 그것들보다 가격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찾는 손님이 있습니다. 처음엔 그냥 고소한 맛 때문이려니 했는데, 직접 마셔보니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둥굴레의 뿌리를 건조하면 옥죽(玉竹)이라는 한약재가 됩니다. 옥죽이란 백합과 식물인 둥굴레의 근경, 즉 땅속줄기를 가공한 것으로, 수천 년 역사를 가진 한의학 본초 중 하나입니다. 시중에서 둥굴레차로 판매되는 제품 중에는 층층둥굴레인 황정(黃精)이 섞인 경우도 많습니다. 황정이란 둥굴레와 같은 과에 속하지만 잎이 층층이 달리는 품종으로, 효능이 둥굴레와 거의 유사하여 한방에서는 함께 쓰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구분까지 알고 파는 방앗간 주인이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저도 손님이 물어보실 때 제대로 답을 못 드릴 때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더 공부하게 됐습니다.
둥굴레는 위경락(胃經絡)과 폐경락(肺經絡)에 작용하는 약재로 분류됩니다. 위경락이란 소화기와 연결된 기운의 통로를, 폐경락이란 호흡기와 연결된 기운의 통로를 의미합니다. 즉 둥굴레는 소화기와 호흡기 양쪽을 아우르는 약재라는 뜻입니다(출처: 한국한의학연구원).
음허증이 있는 분들에게 둥굴레가 맞는 이유
한의학에서 둥굴레를 권하는 핵심 이유는 양음 윤조 생진 지갈(養陰潤燥生津止渴)의 효능 때문입니다. 쉽게 풀면, 몸속 음기(陰氣)를 보충하고 건조함을 적셔주며, 진액을 생성하고 갈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입니다. 이런 효능이 필요한 상태를 음허증(陰虛症)이라고 합니다. 음허증이란 몸속 음적인 기운, 즉 수분과 영양을 담당하는 기초 물질이 부족해진 상태를 말합니다. 마른기침, 입 마름, 목 건조, 안면 홍조, 만성 위염 등이 대표 증상입니다.
음허증이 있는 분들이 둥굴레를 꾸준히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 한의학에서는 일반적인데, 저도 가게를 운영하면서 비슷한 얘기를 손님들로부터 자주 들었습니다. "입이 자꾸 마른다", "목이 칼칼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둥굴레를 찾는 경우가 꽤 됩니다. 제가 직접 마셔봤는데, 마시고 나면 확실히 목 쪽이 촉촉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물론 이건 제 주관적인 경험이지만, 단순한 기분 탓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한의학에서 둥굴레가 효과적으로 쓰이는 병증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구강 건조 및 구강 작열감 증후군
- 만성 위축성 위염
- 식도염
- 마른기침, 허혈로 인한 안면 홍조
- 점막이 얇아져 자극에 민감해진 상태
다만 둥굴레의 약효 자체는 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때는 비슷한 보음(補陰) 효능을 가진 다른 한약재와 병용하는 경우가 많고, 증상이 심할 때는 저용량으로 시작해 점차 조절하는 방식을 씁니다. 보음이란 몸속 음기를 보충한다는 뜻으로, 소모된 수분과 영양 물질을 채우는 치료 방향입니다. 약을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빨리 낫는 게 아니라는 점, 저도 나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누구에게나 맞지는 않습니다, 습담 과다 체질 이야기
둥굴레가 몸에 좋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그 말이 과한 경고처럼 들렸는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납득이 됩니다.
습담(濕痰) 과다 상태인 분들에게는 둥굴레 섭취를 주의해야 합니다. 습담이란 몸속에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쌓인 수분과 노폐물이 뭉친 상태를 말합니다. 과음이나 과식이 잦고, 기름진 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 위주로 먹어 체중이 늘고 피부가 칙칙해지며 땀이 많아진 상태를 떠올리면 됩니다. 이런 분들이 둥굴레를 마시면 오히려 몸이 더 무겁고 속이 더부룩해지는 경험을 하기 쉽습니다.
한의학에서 보면 둥굴레는 촉촉하게 적셔주는 성질이 강하기 때문에, 이미 수분과 노폐물이 넘쳐나는 체질에 더 공급하면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다행히 둥굴레의 약성이 강하지 않아, 단기간 마시고 불편하면 끊으면 되고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방앗간에서 손님들을 오래 보다 보면, 같은 차를 마셔도 반응이 다른 분들이 있습니다. 어떤 분은 꾸준히 드시고 좋다고 하시는데, 어떤 분은 한두 번 드시고 안 맞는다며 안 오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차이가 바로 이 체질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손님 상황을 여쭤보고 권하는 방향으로 바꾸려 합니다. 무조건 좋다고만 하는 건 제 본분이 아니니까요.
둥굴레차가 잘 맞는 분과 주의해야 할 분을 구분하면 이렇습니다.
- 잘 맞는 경우: 입이 자주 마르고 목이 건조한 분, 마른 체형이면서 열감이 있는 분, 만성 소화기 점막 문제를 갖고 있는 분
- 주의가 필요한 경우: 과식·과음 습관이 있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분, 기름진 음식을 즐겨 먹고 피부 트러블이 잦은 분, 마시고 나서 속이 더부룩한 느낌이 드는 분
결국 방앗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제가 배운 건 하나입니다. 같은 재료도 먹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차이를 알고 권하는 것이 진짜 서비스라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둥굴레 재배법도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어떻게 자라는지 알아야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이 글은 방앗간을 운영하며 얻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것입니다. 특정 질환에 대한 의학적 조언이 아니므로, 건강 관련 결정은 반드시 전문 의료인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