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소한 참기름이 몸에 좋다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볶았느냐에 따라 그 참기름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저는 방앗간에서 직접 참깨를 볶고 기름을 짜면서 이 사실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건강에 좋다는 참깨도 볶는 방식 하나로 완전히 달라집니다.
참깨가 건강식품으로 불리는 진짜 이유
참깨를 단순히 밥 위에 뿌리는 양념 정도로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방앗간 일을 하면서 참깨를 다르게 보게 되었습니다. 매일 참깨를 다루다 보니 이게 단순한 향신료가 아니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됐습니다.
참깨에는 리그난(Lignan)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리그난이란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일종으로, 항산화 작용을 하며 혈압 조절과 암세포 전이 억제에 관여하는 성분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참깨가 혈관에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리그난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까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참깨에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합니다. 불포화지방산이란 상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지방으로,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관 탄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지방산을 의미합니다. 포화지방과 달리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참깨의 폴리페놀(Polyphenol) 성분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폴리페놀이란 식물이 외부 자극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항산화 물질로,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해 혈당 조절에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식이섬유와 함께 작용하면 포만감을 높이고 혈당 급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참깨의 주요 영양 성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리그난: 혈압 조절, 항산화, 암세포 전이 억제
- 불포화지방산: 콜레스테롤 감소, 혈관 건강 개선
- 폴리페놀: 인슐린 감수성 개선, 혈당 조절
- 식이섬유: 장 운동 활성화, 변비 개선, 포만감 제공
- 칼슘·마그네슘·인: 뼈 밀도 강화, 골다공증 예방
이처럼 영양 면에서는 참깨가 손꼽히는 식품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다만 문제는 이 좋은 성분들이 볶는 온도에 따라 살아남기도 하고 파괴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참깨를 과도하게 가열하면 유해 물질이 생성될 수 있어 적정 온도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볶는 온도가 착유 품질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참기름은 진할수록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처음 방앗간 일을 시작했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짜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참기름 착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볶는 온도입니다. 저는 주로 180도에서 참깨를 볶아 연한 갈색이 나타날 때 꺼내서 식힌 뒤 착유기에 넣습니다. 이렇게 하면 맑은 분홍빛을 띠는 참기름이 나오는데, 제 경험상 이게 가장 건강한 착유 결과물입니다.
반대로 온도를 높여 깨를 짙은 갈색이나 검은색에 가깝게 태우면 벤조피렌(Benzopyrene)이 생성됩니다. 여기서 벤조피렌이란 불완전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의 일종으로, 국제암연구기관(IARC)에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물질입니다. 쉽게 말해 참깨를 태울수록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 기름 안에 그대로 녹아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초창기에 저도 실수를 여러 번 했습니다. 손님이 진한 맛을 원해서 온도를 높였다가 깨를 태운 적이 있었고, 그 참기름을 받아 가신 고객님께 결국 돈을 받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당황스러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오히려 중요한 걸 배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금은 손님이 진한 참기름을 원하신다고 해도 무조건 맞춰드리지 않습니다. 대신 진한 맛, 순한 맛, 담백한 맛 세 가지 기준을 설명드리고 고르실 수 있도록 선택권을 드리면서, 지나치게 진하게 요청하시는 경우에는 벤조피렌 문제를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대부분의 고객님들은 이야기를 들으시고 나면 조금 낮은 온도를 선택하십니다.
국내 식품 관련 연구에서도 참기름 제조 시 볶음 온도와 벤조피렌 생성량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진한 참기름이 건강에 더 좋다는 건 일반적인 믿음이지만, 실제로 착유 현장에서는 색이 연할수록 더 안전한 기름으로 봐야 합니다.
볶음깨도 온도와 색깔이 핵심이다

참기름을 짤 때와 볶음깨를 만들 때는 볶는 방식이 다릅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같은 방식으로 볶으면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제가 직접 해보니 이건 정말 다른 작업입니다.
볶음깨는 참기름을 짤 때보다 훨씬 연하게 볶아야 합니다. 제가 쓰는 기준은 손가락으로 깨를 눌러 으깼을 때 속이 연한 노란색을 띠는 시점입니다. 이때 바로 꺼내야 고소한 향이 살아 있는 볶음깨가 됩니다. 더 볶으면 고소함이 아니라 탄 냄새가 납니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팁이 하나 있습니다. 마른 상태로 깨를 볶으면 열이 한쪽으로 집중되어 금방 타버립니다. 저는 볶기 전에 물에 한 번 헹궈서 수분을 살짝 입힌 뒤 볶습니다. 수분이 증발하면서 열이 균일하게 퍼지기 때문에 서서히, 고르게 볶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바꾸고 나서 실패율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볶음깨에도 참깨 본연의 영양 성분인 리그난, 불포화지방산, 폴리페놀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다만 볶음 과정에서 열에 약한 일부 성분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볶음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영양 보존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건강을 위해 참깨를 먹는다면 색깔이 연하게 볶아진 것이 훨씬 낫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참깨 섭취 시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은 하루 권장량을 지키는 것입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만큼 하루 30g을 넘기면 복부 팽만감이나 소화 불편이 생길 수 있고, 참깨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은 두드러기나 호흡 곤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참깨는 분명히 몸에 좋은 식품입니다. 하지만 볶는 방식이 잘못되면 아무리 좋은 성분도 의미가 없어집니다. 직접 참깨를 짜 드실 분들은 색깔과 온도를 꼭 확인하시고, 방앗간을 이용하실 때는 볶음 온도를 직접 물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맑은 분홍빛 참기름 한 병이 진한 갈색 참기름보다 훨씬 건강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방앗간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의견과 경험 공유이며, 전문적인 의학·영양학적 조언이 아닙니다.